가끔은 일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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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Monday 10:11
역전에 볼 일이 있어 나갔다 한지필방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순지를 한묶음 사고 포장하는 동안 둘러보니 여름 부채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지는가 봅니다. 재료나 인건비 때문이겠지요. 합죽선보다 파초선 같은 종류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공방이나 학교에서 수업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주문을 많이 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아야 하는 것들도 있고, 주인의 눈과 손으로 한번 걸러진 물건들이라는 매장만의 좋은 점도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같은 취미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가격은 조금 비싸도 나들이 삼아 들르기도 합니다.
글씨를 쓰는 종이나 재료들을 모아 두면 시간이 지나 가치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같은 품질을 구하기 어려워 한번 구할 때 조금 많은 양을 구매하지만 어떤 것은 당장은 쓸모가 없어도 사 놓기도 합니다. 지류는 보관이 어려운 편이라서 색이 바래기도 하고 냄새가 날 수도 있어 세심하게 자주 들여다 보아야 하고, 붓은 오래 사용하지 않아 너무 건조하면 털이 부서지기도 합니다. 어느땐 마음에 드는 종이와 붓만 들여다 보아도 마음이 편해지기도 합니다. 한가지 물건에 한가지 얽매임 이라고 했는데, 가끔은 일삼아 얽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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