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을입니다
본문
10.05
Monday 09:42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시 한 주일이 밝았습니다. 오래 쉬며 일하고 싶은 마음도 다시 돌아왔고, 지쳤던 몸도 조금은 추스렸습니다. 어제는 아이들과 함께 외부만 개방된 독립기념관 단풍나무 숲길을 걷고 왔습니다. 단풍은 아직이지만 벌써 잎을 떨구는 나무들, 떨어진 밤송이들, 탐스러운 열매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지난 여름을 모두 열심히 살아낸 모양입니다. 그동안 관심이 없던 근처 캠핑장도 찾아보고 올가을엔 '불멍'이라는 것도 해보고 싶습니다. 아침엔 제법 쌀쌀해 아직 잠든 아이들 추울까 싶어 보일러를 돌렸습니다. 이미 가을입니다.
요즘 사진작가 김영갑 선생님의 <그섬에 내가 있었네>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주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가난하고 고단했던, 오직 사진에 미쳐있던 시절의 이야기는 마치 무거운 돌을 가슴팍에 안고 걷는 것처럼 몇 페이지 읽기가 힘이 듭니다. 보여줄만한 것이 없어 고민이라던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사진에 몰입하고 고민했는지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그에게는 쌀이고 목숨이었던 필름이었을테니까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