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필요 없지요 오후에 두 시간쯤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고 왔습니다. 빨리 완성하고 싶은 급한 마음이 일면 디테일이 뭉개져 시간을 정해 꼼꼼하게 그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스케치 없이 직접 드로잉 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기본적인 스킬들이 손에 익으면 그리고 싶은 것들을 무리 없이 그릴 수 있겠지요.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도 어려운데, 생각이나 개성을 담는 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말할 필요 없지요. 드로잉,…
더 밝게 보입니다 그림의 좋은 점은 사진과 달리 강조하고 싶은 것만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사람이 많은 풍경도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릴 수 있고, 더 크게 더 작게 그릴 수도 있지요. 사진이 영감과 성실한 기다림의 영역이라면 그림은 그것들과 더불어 상상력과 덜어내기라고 할까요. 그림을 그린 후부터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사진기를 처음 들었을 때처럼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습니다. 새로운 눈을…
받아들여야 할 때 같습니다 오랜만에 매듭을 묶었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몸이 기억하는지 금세 손이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두줄로 매듭을 묶을 때 처음 시작매듭이 다른 부분보다 두꺼워 고민이었는데 매듭이 맺어지고 나면 첫 매듭을 풀어 마무리하니 이제야 마음에 듭니다. 매듭실의 길이들과 매듭 개수도 다시 기록해 두었습니다. 지금 익숙한 것들이 어느 순간 낯설어지는 경험은 별로 유쾌하지 않지만 천천히 받아들여야 할 때 같습니다.Thu, 25 A…
놓쳐서 아쉬웠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삼거리갤러리에 일요일 들렀다가 문이 잠겨 있어 돌아왔습니다. 확인해 보니 토요일까지 전시하고 쉬는 날이었던 모양입니다. 대부분의 전시 일정이 짧고 어느 전시는 일요일에 열고 어느 전시는 닫혀있어 저처럼 당연히 일요일에 열려 있을 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제법 허탕을 치고 돌아서는 모양입니다. 기다렸던 어반 스케치 전시인데 놓쳐서 아쉬웠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하셨을 작가님이나 관람하는 분들을 위해 천…
가을이 참 고맙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서 찬 기운이 느껴집니다. 밤에 귀뚜라미 소리도 들리는 걸 보니 처서가 가깝기는 한 모양입니다. 귀뚜라미는 24도를 전후했을 때 짝짓기를 가장 왕성하게 해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린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려도 한 여름 잘 버티고 성장한 나무들로 산색은 더 짙어져, 해맑던 봄이 어린아이 표정 같았다면 지금 숲은 장성해 듬직한 큰 아이 살푸슴 같습니다. 힘들었던 여름 탓…
이제는 압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것 같아 좀 기운이 빠집니다. 그냥 하루쯤 쉬어간다 생각해도 그만이지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그런 날입니다. 젊은 날엔 그렇게도 느리게 흐르기만 하던 시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버리는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하고 싶은 것들을 써 내려가야겠습니다. 차근차근 쓰고 해 내고 지워 가다 보면 시간도 옆에서 나란히 걸어 줄지도 모르지요. 도망치는 것일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