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만 눈꺼풀에 내려 앉습니다 몰아치듯 바람눈이 날리다 어느새 하늘하늘 포근한 솜털 같은 눈이 내립니다. 해가 나고 들고 하며 순간순간 얼굴을 바꾸는 오늘 바깥 풍경입니다.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다 문득, 할아버지가 아침 일찍 장작을 더 넣어 아름목 노란 장판이 우글거릴 만큼 따뜻했던 안방에서 창호지 문살 틈 작은 유리창으로 눈 내리던 밖을 바라보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온통 세상이 하얀 눈 천지라서 할 일이라곤 볕 내리는 담벼락 양…
'와비사비'라는 말이 있답니다 '와비사비'라는 말이 있답니다. 궁금해 찾아보니 ‘와비사비(わびさび)’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으로 미완성, 단순함을 가리키는 와비(わび)와 오래됨, 낡은 것을 뜻하는 사비(さび)가 합쳐진 말로 대략 ‘미완성의 아름다움’이란 의미라고 합니다. 어딘가 조금 모자란 듯해야 아름다운 것들이 있지요. 빈틈없이 완벽한 것은 아름답지만 정이 가지는 않습니다. 어설프고 부족해서 모자란 것이 아닌 …
그대로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작은 아이가 2차 자격시험을 보러 가는 날입니다. 학교에서 버스를 준비해 새벽 6시 40분에 모여 버스를 타고 대전에서 시험을 치릅니다. 빵순씨와 함께 5시부터 일어나 소고기뭇국을 끓여 아침밥을 먹이고 아직 어둑어둑한 6시, 함께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다행히 지난번 1차 실기 때는 우황청심환을 먹어야 할 정도로 떨렸는데, 이번엔 많이 떨리지 않는답니다. 날도 춥지 않고 포근합니다. 6시 20분쯤 …
생각에서 놓이니 평안이 찾아옵니다 한 가지 글씨를 너무 오래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그러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장자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이 없는 것처럼 이 글씨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변해 갈 것입니다. 이제 그 생각에서 놓이니 평안이 찾아옵니다. 대개의 고민은 그런 것들입니다. 2023.12.07 pm 15:37+++4+++내시경을 하고 돌아와 죽을 먹고 샤워하고 자리에 앉으니 이제 좀 살만합니다.…
식탐이 많은 사람이었나 봅니다 예산에서 올라오는 길에 단골 과수원 직판장에서 사과를 한 박스 샀습니다. 마트에서 사는 사과는 대부분 식감이 대부분 푸석푸석해서, 구매할 때 기준은 당도 다음으로 과육의 치밀함과 아삭함입니다. 집에서 먹을 거라서 선물용이 아닌 모양이 일정치 않고 조금 작은 것들로 샀습니다. 10Kg 4만 원, 좀 많은 것 같아 반(5 Kg)만 파실 수 있냐고 했더니 안된답니다. 아마도 반으로 나누면 좋은 것으로만 골라 나머…
읽다 보면 알게 되겠지요 점심시간에 책을 반납할 날짜가 되어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청수도서관은 영어전문도서관이라서 3층 종합열람실엔 일반서적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호대차나 신규도서 신청을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메모해 두었던 책을 몇 권 찾고 나니 읽고 싶은 책이 떠오르지 않아 신간코너로 갔습니다. 별로 끌리는 책이 없어 100번대나 300번대 서가를 기웃거립니다. 맨 아래 칸을 들여다보려니 다리가 저려 털썩 주저앉아 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