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매우 잔약한 분이지만 아주 슬기로우셨어요.
내가 밖에 나가서 이런저런 일을 하느라고 돈 한 푼 벌어오지 않아도
언제나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시고 잘 먹으라고, 잘 되라고 하셨어요.
조건 없는 사랑이셨지요.
영악스럽지 말라고, 영악스러우면 반드시 앙화가 찾아온다고,
그런 걸 어머니는 가르쳐주셨지요.
어머니는 밤에 우리가 누워 잘 때 우리 발치로 다니셨지,
머리맡으로 다니시는 법이 없었어요.
신문배달원이 오면 그냥 보내지 않고 불러들여
설탕을 탄 물 한 사발이라도 대접해서 보내곤 했어요.
- 한상봉 『장일순 평전』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