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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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Thursday 12:49
동네 슈퍼에 약간의 장애가 있는 청년이 있습니다. 걸음을 걸을 때 약간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정도 그리고 말을 더듬고 표정이 좀 삐딱합니다. 사람들을 대하는 눈에 의심이나 경계 같은 것이 있습니다. 오랜시간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시선으로 상처를 받은 걸 수도 있습니다. 늦은 밤, 혼자 쓸쓸하게 가게 문을 닫고 불편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몇번 본 후로 슈퍼에 들를 일이 있을때마다 말을 걸었습니다. 날씨 이야기도 하고, 가게에서 보고 있는 뉴스이야기도 하고, 붕어빵도 오다가 샀다며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해 했지만 요즘은 먼저 말을 걸어 오기도 합니다. 여전히 표정은 삐딱하지만 말은 부드러워졌습니다. 종일 가게에 앉아 손님들을 대하지만 정작 청년에겐 고독한 섬 같은 자리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구 경북에 코로나19로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자원한 의료인이 4백여명이라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피하고 꺼려할만한 일에 자원해 달려가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의로운 사람, 의인입니다. 어려울때 서로 돕고, 힘들때 함께 있어주는 사람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두려움과 싸우며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사회가 유지되고 건강할 수 있습니다. 참 고맙고 자랑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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