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든 녹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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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7
Friday 15:49
한문장을 써도 그 안에 욕심과 절제가 함께 있습니다. 조금 못쓴 글씨를 받쳐주는 다음 글씨가 있고, 조금 더 길게 빼고 싶은 욕심을 다음 획을 위해 참는 배려도 있습니다. 크게 쓸까 작게 쓸까 기울일까 세울까 동그랗게 할까 찌그릴까 빠르게 쓸까 천천히 쓸까 길쭉하게 도톰하게 묵직하게 쓸까 붓을 거둘때까지 고민합니다. 생각없이 손에 익은대로 쓸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민한 것과 기계적으로 쓴 것은 누구보다 스스로 금방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거지요. 고민없이 신중하지 않은 일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도처가 도량입니다. 어디에든 녹아있습니다.

동네에 작년겨울 붕어빵집이 생겼습니다. 분식집인데 붕어빵집으로 통합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잉어빵이라고 부르랍니다. 슈크림과 팥을 품은 암놈 잉어라나요. 유쾌한 에너지도 재능이고 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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