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메모
본문


02.06
Thursday 12:47
책을 정리하다 오래전 기차안에서 적었던 메모를 찾았습니다. 부고를 듣고 서둘러 기차를 탔던 날입니다. 아마도 그날 들고 탔던 책이었던 모양입니다.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 부고입니다.

기차는 몇년만이다. 삼복으로 후끈한 날씨지만 친구아버지 장례식장에 마지막 가시는 길 인사를 드리러 간다. 화장에 열중한 여자, 힐끗거리는 남자, 하얀 백발의 엄마 머리를 사랑스럽게 만져주는 딸... 어디선가 밀려오는 똥내와 타는 냄새가 섞인 불쾌한 남새, 에어컨의 서늘함. 어디서나 보이는 외국인도, 분주한 삶들도, 옅은 노을의 창밖 풍경도 오늘의 기억들을 선명하게 도울 것이다. 누군가의 부고쯤이나 되어야 떠나는 마음의 형편이 서글프다. 모두가 그렇게 산다는 말은 진통제 같다. 친구아버지는 영정사진에서 또 어떤 말씀을 하실까. 잘 새겨듣고 오거라. 모든 자리가 공부이고 모든 사람이 스승이다. 글씨가 엉망이다. 흔들리는 기차에서. 2019.08.03.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