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인간세'편에 '쓸모없음의 쓸모'가 나옵니다. 제 방으로 난 창으로 보이는 작은 동산에는 아카시 나무가 빼곡합니다. 5~6월이면 산이 온통 아카시 꽃으로 덮여 온 마을이 향기롭습니다. 어린 시절 어디에나 흔하게 심어져 아카시나무 잎으로 친구와 가위바위보 하며 한 장씩 잎을 떨구던 기억, 하얗고 탐스러운 꽃을 우걱우걱 씹어 먹기도, 화전으로 부쳐 먹기도 했습니다. 산림자원으로의 가치는 없다지만 온통 소나무 일색인 산 중에 아카시나무 숲도 제 몫의 '쓸모없음의 쓸모'가 분명 있을 겁니다.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도 있지요. 저마다의 쓰임과 생존을 다른 누군가의 잣대로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