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 좋습니다.
우산아래 정겹게 붙어가는 두 사람을 보는 것도,
싱그럽게 물기를 가득 머금은 여린 잎들을 보는 것도,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것도,
처마밑 또옥또옥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도 좋습니다.
당분간은 산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 내려 물결처럼 흐르고 멈추는 미등을 켠 차들과,
표정 없는 얼굴로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구경합니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수건 들고 현관에서 반겨주며,
'오늘 힘들었지?' 하고 말해 준다면 얼마나 따뜻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