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것들은 모일 수록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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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Tuesday 07:45
'안다는 것'과 '감당한다는 것' 사이엔 강이 하나 있는데, 알면 알수록 감당하기 힘든 것이 그 강의 속성인지라, 그 말은 그저 그 사이 어디쯤에서 부단히 헤엄치고 있는 사람만이 겨우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신영복은 '아름다움'이 '앎'에서 나온 말이며, '안다'는 건 대상을 '껴안는' 일이라 했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2024.05.14 am 07:45

활동지원제도가 도입되기 전, 중증장애인들은 작은 방 안에 유폐된 채 수십 년간 살아왔다. 한국사회를 뒤흔든 민주화의 거대한 물결도, 경제성장의 눈부신 결실도 그들의 방 앞에서 조용히 비껴갔다. 그 방의 문을 연 것은 다름 아닌 생면부지의 활동보조인, 그러니까 평범한 노동자들이었다. 그것은 내가 아는 가장 혁명적인 순간이다. 수십 년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삶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상이 열렸다는 것, 그것은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방 바깥으로 나온 그들은 동네를 구경하고 햇살을 만끽하고 장미꽃을 샀다. 니체를 읽고 연극 무대에 올랐으며 사랑하고 욕망했다. 그렇게 그들은 자기 인생의 주체가 되었다. 활동보조서비스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제도이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 2024.05.13 pm 05:20
지겹다 느껴질 때 더 힘쓰자. 성장하려면 괴롭고, 괴로우며 마디가 생긴다. 2024.05.13 am 09:26

무거운 글, 무거운 음악은 마음을 땅까지 가라앉힌다. 끌려 내려가듯 내려간 마음은 다시 제자리고 돌아가려 애를 쓴다. 가벼우면 올라가 내려다보고 무거우면 내려가 올려다보는 마음이라 부르는 것을 꼭 안아주는 아침이다. 2024.05.13 am 09:12
빈 속에 부어댄 술의 숙취보다 더 끔찍한 것은 자꾸만 실패하는 못난 자신을 견디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빛나는 추억을 보고 있었으나 동시에 그가 홀로 견뎌야 했을 외로움과 공허, 환멸의 깊이를 보고 있었다. 4월 7일, 우리의 깃발 하나가 사라졌다. 무력함을 느끼며 쓴다. - 홍은전 『그냥 사람』 中- 2024.05.12 pm 08:22
검은 것은 모일수록 검어지고, 밝은 것들은 모일 수록 밝다. 2024.05.12 am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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