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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음악]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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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일상여행 조회 4,935회 작성일 2016-10-24 15:58: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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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장석주
맛있는 음식을 빨리 삼키기 아쉬워 오랫동안 꼭꼭 씹듯, 한장한장 넘기기 아쉬워 두번세번을 읽었다. 근 십여년동안 주변의 알고지내는 시인들이 출판하시며 보내주시는 시집들 외에는 시집을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가끔 계간지 문학동네나 에세이에 소개되는 시들을 읽기는 했지만 그건 찾아 읽은 거라고 하기엔 좀 미안하니까... 시가 읽히는 건 개인적으로 참 다행한 일이었다. 마음이 어지러울땐 시를 읽어도 활자만 읽혀 몇 줄만에 덮어버리기 일쑤였었다. 가을 찬 바람이 몸을 떨게 하더니 이제 마음도 추스르게 하는가보다.

책은 두껍지만 가벼워서 어디든 가지고 다니며 읽기도 좋았다.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갱지(?), 나 어려서는 갱지에 시험지를 인쇄해 시험을 보곤 했다. 은근한 햇살에 피어오르던 잉크냄새가 그렇게 좋았었는데, 지금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 되어버렸다.) 시인의 시 읽기가 좀 비판적이거나 분석적이지 않을까 했는데, 시인의 분류를 너무 옹졸한 섹션에 넣어 두지는 않았었나 금새 반성했다. 가끔은 울컥하고 자주 뜨거워지는 시 한 줄 읽기를 권하는 가을아침이다. 지금까지 접은 수많은 책갈피 중 한토막을 소개해 본다.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이 안은 비좁고 나는 당신을 모른다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유희경 1980~>

처음 이 시를 읽은 것은 신춘문예 당선시를 발표하는 신문지상이었다. 참신한 감각이 얼른 눈에 들어왔다. 다시 읽어보니 시의 이면에서 깊은 슬픔이 느껴진다. "플라타너스 잎맥이 쪼그라드는 아침"이라고 했으니, 늦가을이거나 초겨울일까? 설거지를 하는 어머니의 뒷모습,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삼촌, 그리고 여기에 없는 당신, 당신은 아버지일까? "춥지 않은 무덤"이라는 시구로 유추하자면, 아버지는 돌아가셨을까? 식탁에 고지서 몇 장이 놓여있고, 욕실의 하얀 타일은 오래 되면 누르칙칙하게 변색된다. 누추한 일상의 모습이다. "티셔츠에 목을 넣"는 청년은 그 일상속에서 한 사람의 부재가 만든 공허를 어루만지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울려오는 슬픔의 맥동에 마음이 축축하게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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