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소란
박연준
박연준
―
사랑이 질병인 것처럼, 내 이십대는 질병과 같았다. / 슬픔도 가장 격렬한 슬픔만, 아픔도 가장 치명적인 아픔만 골라 껴안았다. /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슬픔은 폭죽처럼 터져버렸고, 이미 사라졌다. / 시간이 갈수록 폭죽에 대한 기억도, 귓가를 울리던 굉음도 희미해질 것이다. / 내가 한 시절 사랑한 것들과 그로 인해 품었던 슬픔들이 남은 내 삶의 토대를 이룰 것임을 알고 있다. / 슬픔을 지난온 힘으로 앞으로 올 새로운 슬픔까지 긍정할 수 있음을, 세상은 슬픔의 힘으로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 이제 나는, 겨우, 믿는다. <본문 中>
―
2주일을 읽고 다시 2주일을 읽었다. 오래 곱씹으며 읽었던 책이었다. 차가워지는 계절이어서 그랬을까, 진실한 무언가에 목이 말라서였을까. 진액같은 것들이 말라가던 마음을 여미게 하는 문장들에 위로받기도 어떤 말들에 동의하기도 했었다. 송창식의 '꽃,새,눈물'을 들으며 혼자서 훌쩍 거리던 가을을 함께 해줘서 고마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