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어떤 날 4, travel mook
/
'여행, 그곳'에 관한 애틋한 상상 - 이라는 부제가 붙은 북노마드에서 만든 4번째 소규모 여행 무크지. 3주동안 읽은 책중에 한권, 4번째 책이지만 순서대로 읽은 것이 아니다. 책장엔 어떤 날 6,- 여행,음악- 편이 기다리고 있다. 각자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들은 주제에 따라 묶어 낸 끝없이 이어지는 네버엔딩스토리 같다. 귀를 접어 두었던 페이지들을 옮겨 적으며, 읽었던 날, 시간, 느낌들이 함께 떠올라 이 여행기를 쓴 사람들은 이 책을 만지거나 볼 때마다 여행이 떠오를 것 같았다. 몇페이지의 글보다 작은 사진 한장을 더 오래 보기도 했고, 작가마다 사진을 찍는 포인트가 달라 사진을 보는 재미도 있다.
'어떤 날' 시리즈를 찾아보니 지금(2017.12)까지 8권 까지 출판되었다. 2013년 1권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1권씩 나오는 셈이다. 한때 월간PAPER를 최근엔 AROUND를 구독해 책장 몇칸을 채우기도 했지만 요즘은 책 욕심이 싸늘하게 식었었는데, '어떤 날' 시리즈는 모두 채워보고 싶다. 이렇게 추운 겨울, 귤 껍질 꾸득거리며 말라가는 책상에서 여행을 꿈꿀 수 있으니 좋다.
-
심장을 덜 아프게 하기 위해서 나는 내가 가진 낱말들을 진통제로 쓰는 법을 익혔다. 한 줄 쓰면 한 줄 지워지는. 구심점 없이 확산되는 듯하지만 어떤 중심을 향해 모여들고 있는 문장들. 막 서른을 지나가고 있던 시절이었다.
- 어두운 밝은 방, 이제니 -
일상의 일들은 저만치 물러나고 유예의 시간이 조용히 흐른다. 저녁은 집 근처 태국 음식점에서 사온 국수와 싸구려 와인 한 잔이다. 열어놓은 발코니 창으로 오후의 마지막 햇살이 우아하고 관능적인 검은 고양이처럼 나긋하게 걸어들어와 소리도 없이 살금살금 빠져나갔다. 여행자의 밤은 오롯이 휴식을 위해 낭비한다. 집에서 고심 끝에 골라간 책을 침대 위에서 읽거나 멍하니 이국의 언어가 흘러나오는 텔리비전 화면을 쳐다보거나 혹은 소까, 돼지 귀, 잘생긴 점원, 레이스 손수건, 아티초크 등등, 나만 알 수 있는 암호로 그날 하루를 끼적거리는 일. 낭비가 이처럼 건전한 행위가 될 수 있다니.
- 떠나간 고양이들의 방, 최상희 -
일상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