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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흥분 / 유지혜
흥분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느낌. 흔하게 쓰는 말은 아니다. 책 제목 참 발랄하게 잘 지었다고 생각했었다. 좀 딱딱한 책을 읽을 땐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가볍게 읽을 여행책을 교대로 읽는다. 여행책이 더 묵직하고 철학적일때가 많다. 스물셋 어린나이에 낯선 땅에 스스로를 던져 놓은 이야기. 솔직함은 때로 어떤 잘쓴 문장보다 힘이 있다.
미술관은 영감을 얻으러 가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텅빈 공간을 즐기러 가는 것 일수도 있으니 집중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 하나라도 새로운 것을 느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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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좋아하는 것이었는데 더 좋은 것이 생기니 새까맣게 잊었었다. 조금 무서웠다. 변해가는 것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변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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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금방 비우고 맥주 한잔을 더 주문했다. 때가 묻은 천가방에서 엽서를 꺼낸다. 일기를 쓰고도 시간이 남으면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쓸 작정이다. ... 어떤 재촉도 없는 오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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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리만큼 자신의 행보에 후회가 없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어떤 일을 겪어도 다시 일어나고 잘했어, 괜찮아,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기에 충분한 기운을 가진 사람. 언제라도 더 많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핑계가 없는 사람.
마지막 옮겨쓴 문장의 '핑계가 없는 사람'은 몇번이나 다시 읽은 말이었다. 생생한 글들이 잠잠했던 나에게도 조용한 흥분을 일으켜 주었으니 이 책의 제목은 적확한 표현이고 주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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