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를 쓰다 보면 튀는 붓이 있고 순한 붓이 있습니다. 붓을 만든 모(毛)의 성질 때문인데, 튀는(?) 붓은 탄성이 있어 획을 꺾을 때 붓이 튀어 오르는 듯하고, 순한 붓은 그대로 따라옵니다. 붓의 중심에 뻣뻣한 털을 섞거나 탄력이 강한 털로 만들면 이런 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붓을 처음 잡을 때는 붓에 힘을 넣기가 힘들어 탄력이 있는 붓을 선호하지만 붓에 힘을 싣는 법을 배우고 나면 순한 붓으로 옮겨가는 편입니다.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것일 뿐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쁠 것은 없습니다. 탄력 있는 붓을 순하게도 쓰고, 순한 붓을 탄력 있게 쓸 줄도 알아야 붓을 조금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의 성질, 貪瞋癡(탐진치)를 다루는 것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