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후 내내 글씨를 썼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글씨들로 종이들이 수북하지만 마음에 드는 글씨를 만나면 힘들지 않습니다. 이제는 낡고 닳아 붓 끝이 모이지 않는 붓도 버렸습니다. 윤기를 읽고 푸석해진 붓은 금방 자고 일어난 더벅머리 아저씨 같습니다. 보내며 그동안 고마웠다 말해 주었습니다. 글씨는 돌고 돌아 다시 처음의 글씨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하고 기교 없는 순수한 아이 같은 모습으로 오래 기다렸다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