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체육관에 갔다 발길을 돌려 휘몰아치는 미친 눈발을 뚫고 막걸리집에 갔었습니다. 어둑어둑한 저녁 내리는 눈발이 무서울 지경이었지만 허름한 막걸리 집엔 이미 고단한 삶들이 어느 담벼락에서 읽은 시처럼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막걸리 사 먹지'라는 듯 찬 막걸리를 들이고 있었죠. 뜨끈한 번데기와 바삭한 파전, 마른김에 간장을 찍어 술술 잘도 넘어가더군요. 눈 때문에 피곤하다 힘들다 하지만 복스럽게 내리는 눈을 보며 먼저 드는 생각은 어린아이처럼 '그냥 좋다!'입니다. 옷 여미고 돌아오는 길 눈보라에 취기는 날아가 버렸지만 오랜만에 겨울다운 겨울 꼭꼭 밟아 보았습니다. 언제나 봄은 짧고 겨울을 길었지요. 미끄러지고 뒤뚱거리며 꼴 우스워 보여도 잘도 걸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