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인데도 안개 낀 새벽처럼 날이 뿌옇습니다. 촘촘히 내리는 부슬비 때문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을 넘어 몸까지 차분하게 만드는 묘한 풍경이 싫지 않습니다. 한번 기대면 종일 기대어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소파에도 앉지 않고 거실을 서성거리고, 읽히지 않는 책을 펼쳤다 접었다, 반쯤 마신 커피잔이 3개, 배경으로 틈마다 비집고 퍼지는 라디오, 눈은 어둡고, 처음 입은 옷처럼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오후, 노란 스탠드 온기에 기대 우두커니 창밖만 보고 있습니다. 더디게 흐르는 시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