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획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오후 내내 한 글자만 썼습니다. 처음엔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다가 둘, 셋 마음에 들지 않는 획이 늘더니 이리저리 편하게 쓸 궁리를 하기도 하고 붓을 바꿔보기도 합니다. 붓을 다르게 잡고 써보기도 하고 크게도 쓰고 작게도 쓰며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도록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려 몇 시간째 글씨를 썼습니다. 수북한 한지 더미 속에 마음에 드는 하나를 건져 걸어 놓았습니다. 느리고 더디지만 이런 작은 기쁨들로 작은 마디를 하나씩 만들며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