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에 머리가 무거워 잠깐 누웠다 일어나니 어느새 저녁입니다. 목소리는 여전히 갈라지고 숨을 쉴 때마다 코가 맵습니다. 그러고 보니 해도 참 많이 길어졌습니다. 이런 시간엔 어느 풍경을 찍어도 예쁘게 나올 텐데 하며 몸은 집안에 가두고 마음은 분주하게 가고 싶은 곳들을 떠올립니다. 잠으로 보낸 주말 오후가 허무하지만 쉬어가라고 주신 시간이라 생각하고 뜨거운 차 한잔 내려 들고 와 빌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꺼내 읽습니다. (깨알 같은 글씨와 베개로도 충분한 두께감, 언제부턴가 두꺼운 책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거대하고 장구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이런 통찰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