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9 am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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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
Friday 08:52
창틀에 올려놓은 커피잔이 푹 파묻힐 정도로 눈이 수북하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들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서귀포에서 한 달 정도 겨울방학을 보내곤 했습니다.
제주 한 달 살기가 유행하기 한참 전이었지만
그때에도 이미 한 달 살기, 한 계절살기를 하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하다는 서귀포의 겨울이었지만 항상 눈이 많았습니다.
창틀까지 수북하게 쌓여 문을 열면 방안으로 눈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코 끝이 시큰하도록 차갑지만 정신이 번쩍 들도록 상쾌한
제주의 겨울 아침을 들이려 아침마다 문을 열었었지요.
날이 점점 습하고 더울 때마다 그 시절의 바람을 종종 떠올립니다.
한 겨울엔 어린 시절 그늘진 개울에서 온몸에 힘을 빼고 둥둥 떠다니던 풍경,
한 여름엔 눈밭에 부서지듯 쏟아지던 햇볕이 차가웠던 제주를 떠올립니다.
그땐 그 시절을 그렇게 그리워할 줄 몰랐었지요.
오늘은 어제를 내일은 오늘을 그렇게 추억하며 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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