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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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Tuesday 12:51
밤 산책길, 가로수로 심겨진 버드나무 가지가 하늘거리고 손톱만한 작은 잎들이 가로등 불빛에 연한 초록으로 빛납니다. 가을 흥타령춤축제 끝나고나면 가지들을 심하다 싶을 만큼 쳐 내는데, 봄이 되면 어김없이 길고 무성하게 가지를 키워냅니다. 봄바람엔 한들한들 예쁘기도 하지만, 한여름 비오는날 멀리서보면 머리숙인 긴머리 여자 같아 무섭기도 합니다. 어린시절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버들피리 불던 이야기는 옛이야기 같습니다. 조금 있으면 앞산에 아카시아가 지천으로 피어 아카시아 향이 진동하겠지요. 예전에 가을이 좋았는데 점점 봄이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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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썼던 교재와 교과서들을 버리려고 현관 한켠에 쌓아 놓고보니 어른키보다 더 높습니다. 저 많은 책들을 붙들고 씨름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힙니다. 예전에도 몇번 차 트렁크에 가득 아이들 책을 싣고가 고물상에 팔았는데, 만원하고 몇천원 받았던 것 같습니다. 버리기 아까운 읽을 만한 것들을 골라 제 방 책장으로 가져왔습니다. 미술창작, 고전시가, 역사서들 같은 것들입니다. 이 책들 다 읽기전에 도서관에 다시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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