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만들어 냉장고 깊숙이 보관해 두었던 모과차 담은 병을 꺼냈습니다. 반쯤 담겨 있던 하나는 흰 곰팡이가 피어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지만 가득 들어 있던 하나는 아주 잘 익었습니다. 차가 잘 익었다는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숙성되었다는 말보다 익었다는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 후후 불어가며 새콤달콤한 모과차를 입안 가득 머금었습니다. 깊지만 아직은 무겁지 않고 달콤하지만 달지만은 않은 시큼함, 잘 익어 그윽한, 가을은 모과차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