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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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
Wednesday 11:39
제가 살던 시골에는 물이 귀해 논 한쪽에 물이 솟는 얕은 샘이 있기도 했습니다. 작은 샘에는 미꾸라지부터 큰 웅어까지 살았는데 논 주인은 해충을 잡아먹어 물 속의 것들을 잘 잡지 않았습니다. 동네 어른들이 '웅어'라고 알려주셨던 것을 찾아보니 '드렁허리'라고 한답니다. 장어같기도 하고 미꾸라지 같기도 한데 가끔 뱀인줄 알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샘은 언제나 맑은 물이 퐁퐁 소리를 내며 솟아 올랐고, 논은 개구리부터 미꾸리, 도룡뇽, 소금쟁이, 거머리까지 농약 없이 농사를 짓던 시절 산골 샘이 있던 작은 논은 그대로 하나의 생태계였습니다. 어른이 되고 난 후 찾아갔던 그 논은 반듯하게 농지정리되어 샘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작은 생명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도룡뇽을 빈 도시락에 잡아 왔다가 엄마한테 혼이 났던 기억도 있습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은 가끔 뜬금이 없습니다.

가끔 전화로 문의하시는 분들중에 저를 여자로 알고 계신분들이 계십니다. '소담'을 호를 쓰시는 분이 몇분 계시는데 여자분들이시기는 합니다. 서체(글씨)와 낙관 등으로 구분하실 수 있습니다. 낙관은 몇년전에 없는 솜씨로 돌을 깎아 직접 새긴 것들인데 못생긴대로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소담'이라는 이름을 알아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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