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하게 지나가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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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
Monday 12:13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내립니다. 오래전부터 火魔(화마)보다 무서운 것이 水魔(수마)였습니다. 바람에 힘없이 나부끼는 여린 나무들이 이미 애초로운데,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는 절대 밭에 나가지 마시라 당부드렸지만 그러실 분이 아니기에 끝내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집 옆으로 흐르는 개천은 이미 흙탕물이 산책길을 날름거리며 삼키고 있습니다. 저 물 아래에 푸른 것들은 소가 혀로 핥은 듯 납작 엎드려 있겠지요. 하늘이 하는 일에 사람 처지 또한 그렇습니다. 그저 조용히 무탈하게 지나가 주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정상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큰아이와 책을 반납하러 들렀었는데, 열람실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이 있어 물어보니 지난주 화요일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카톡 인증으로 인증하고 체온을 재고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예전처럼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좋았습니다. 나태주 선생님의 산문집과 정민 선생님의 책 두 권을 빌려 왔습니다. 시인의 산문은 왠지 좀 더 따뜻하고 세밀합니다. 한자는 보면 볼수록 모르는 글자가 많아 공부는 끝이 없음을 가르칩니다. 요즘은 배우는 속도보다 잊는 속도가 빠른 것 같아 고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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