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하게 지나가 주기를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내립니다. 오래전부터 火魔(화마)보다 무서운 것이 水魔(수마)였습니다. 바람에 힘없이 나부끼는 여린 나무들이 이미 애초로운데,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는 절대 밭에 나가지 마시라 당부드렸지만 그러실 분이 아니기에 끝내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집 옆으로 흐르는 개천은 이미 흙탕물이 산책길을 날름거리며 삼키고 있습니다. 저 물 아래에 푸른…
한가롭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음이 한가롭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말에는 주말대로 주중에는 주중대로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습니다. 오늘은 갑자기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왼쪽에서 네온처럼 불빛이 번쩍거려 한참동안 눈을 감고 있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꽤나 불편하더군요. 다행이라면 장마라서 해가 따갑지 않아 햇볕 알러지는 몸을 괴롭히지 않아 좋습니다. 점심을 먹고 할일들을 잠시 물러 놓고 비오는 먼 산을 …
작은 감사와 배려들 큰아이가 다니는 대학에서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코로나로 제대로 수업을 할 수 없어 죄송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일들이지만 부모님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준 마음이 고맙고 작은 배려가 감사했습니다. 사람 사이도 그렇습니다. 어깨를 부딪혀도 미안합니다 고개 숙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얼굴 한번 쳐다보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작은 감사와 배려들을 조금씩만 내어 놓는다면 우린 서로 더 …
한가로움을 만날 수 있기를 도서관에서 욕심껏 데려온 책들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언제 읽을 셈이냐고 따져 묻는듯합니다. ‘학산당인보기’를 쓰신 정민 선생님의 책들을 하나씩 읽어가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연암 박지원과 이덕무의 글들을 읽게 됩니다. 시간을 넘어 마주하고 앉은 듯 글에서 모습과 풍경들이 그려지곤 했습니다. 마음은 한가롭지만 몸은 부지런하셨고 가난했지만 넉넉하게 나눌 줄 아셨던 맑고도 깊은 분들이셨나 봅니다. 모르는 한자들…
흘러다닐뿐 주일에야 차분히 앉아 생각을 적을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생각들이 구름처럼 흘러 다닐 뿐 내려앉지를 않아 휘휘 걷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나에게 매달린 것들이 언제 이렇게 많아져 있었을까요. 걸음걸음 가벼우려면 많은 것들을 날카롭게 잘라야 할 텐데 마음이 어리석고 여려 끊어 내는 일이 늦은 밤 잠자리에서 생각난 숙제 같습니다. 쫓기듯 바쁘게 살다 보니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시 책상에 켜켜이 책이며 물건들이 …
짧은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지난주 가족들과 공주와 부여로 짧은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공주 공산성은 지난번 작은 아이와 함께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 작은아이 종강에 맞춰 다시 찾은 곳이었습니다. 공산성 근처에 숙소를 잡고 낮에는 시장도 둘러보고 저녁 무렵에 공산성을 함께 한가롭게 걸었습니다. 아이들과 빵순씨 웃는 모습은 마치 초록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처럼 빛납니다. 작은방에 이불을 깔고 뒹굴며 웃는 아이들은 어느새 내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