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쯤 쉬었습니다
본문
12.06
Sunday 11:47
한 달쯤 쉰 것 같습니다. 의욕이 나질 않아 잠시 멈춘 것이 어느새 한 달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멈춰야만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단풍나무 숲길을 걸었습니다. 올라가며 한봉지, 집으로 돌아가며 한봉지 샀던 군밤 아저씨와도 친해졌고, 남천 잎과 구름빵 닮은 나뭇잎도 가져와 책갈피가 되었습니다. 사람 없는 길을 걸으며 바람소리가 너무 삭막한 날은 BGM으로 클래식 FM을 들으며 걸었습니다. 그 사이 단풍잎은 마른 잎에서 조각조각 찢어져 먼지처럼 변했고 차가운 비 내린 후로는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옛사람들의 책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정민 선생님의 책들은 거의 다 읽었고, 박지원 선생님, 이덕무 선생님, 박완서 선생님, 신영복 선생님, 노신(루쉰)과도 책으로 만났습니다. 도서관이 완전히 문을 닫은 동안엔 서재에 비상식량처럼 재워 두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으며 무엇인지 모를 허기 같은 것을 채워 나갔습니다. 체중이 좀 늘었고, 변비에 잠깐 시달기도 하고 새로운 취미가 생겨 지인들과 나누기도 했습니다. 멀어지면 다시 그리워지는 것이 연인사이만 그럴까요. 한 달 만에 붓을 들고 보니 참 보잘것없는 솜씨입니다. 다시 보이고 다르게 보입니다. 다시 어떻게 변하고 이어져 갈지 끝은 알 수 없지만 다시 그 길 위에 올라 걷습니다. 좁은 걸음일지라도 성실하게 천천히 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고 걷기로 합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