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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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Saturday 23:42
낮 동안엔 밀린 책을 마저 읽고, 점심으로 먹은 수제비 소화도 시킬 겸 동네 뒷산으로 난 산책길을 걸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산책로를 정비해 벤치도 놓고 운동기구도 제법 갖추어 놓았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바닥에 삼태기 같은 짚으로 만든 걸 깔아 놓았는데, 걸을 때 쿠션도 있고 비가 와도 길이 미끄럽지 않습니다. 산책길에 가보지 않은 길을 만나면 어디까지 뻗은 길인지 그 길을 걸었습니다. 옆 동네와 그 옆 동네까지 종아리와 허벅지가 간지러울 때까지 걷다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람 속으로 신나게 자전거를 달리고, 체육관에서 사람들과 웃으며 땀 흘리던 예전이 그립습니다. 마른 낙엽 다 썩고 그 틈으로 여린 잎들 다시 웃으며 피어나면 그럴 수 있을까요?
TV 홈쇼핑에서 맘에 드는 옷이 있어 오래 보고 있었더니 빵순씨가 사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겠다고 했더니 왜 사준다고 해도 안 사냐고 묻습니다. 옷을 새로 산지가 오래되어 바지를 사면 윗옷을 사고 싶을 테고 윗옷을 사면 신발을 사고 싶을 것 같았습니다. 옷을 크게 입는 아이들 안 입는 옷을 입은지 오래되었지만 아직 성하고 별로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새것을 들이는 것에 인색한 것보다 멀쩡한 것들의 쓰임이 없어질 것이 별로 탐탁지 않습니다. 요즘은 별로 사람들에게 입신을 잘 보일 일이 없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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