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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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6
Monday 13:07
빵순씨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쳤습니다. 시끄러워서가 아니라 간헐적인 무호흡 때문에 걱정되고 무서웠습니다. 곤한 잠은 깨우지 싶지 않아 얼굴을 내 쪽으로 돌려보기도 하고 등을 토닥여 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어려서 너무 작은 숨소리에 숨을 쉬는지 걱정스러워 귀를 얼굴에 대고 확인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한참 후 자세를 고쳐 누워 가릉가릉 하는 규칙적인 코 고는 소리는 시끄럽지 않고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Mon, 16 Jan 2023
가만가만 졸음처럼 눈이 내리는 일요일 오후입니다. 순하게도 내리던 눈이 그치고 나니 날은 흐리지만 바람 한 점 없이 평온합니다. 오랜만에 온 식구가 거실에 모여 오순도순 과일도 깎아 먹고, 보드 게임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두 저마다의 힘든 시간들을 잘 건너 만난 일상입니다. 잘 쉬고 잘 충전해 내일부터 다시 씩씩하게 걷기로 합니다.
Sun, 15 Jan 2023
한낮인데도 안개 낀 새벽처럼 날이 뿌옇습니다. 촘촘히 내리는 부슬비 때문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마음을 넘어 몸까지 차분하게 만드는 묘한 풍경이 싫지 않습니다. 한번 기대면 종일 기대어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소파에도 앉지 않고 거실을 서성거리고, 읽히지 않는 책을 펼쳤다 접었다, 반쯤 마신 커피잔이 3개, 배경으로 틈마다 비집고 퍼지는 라디오, 눈은 어둡고, 처음 입은 옷처럼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오후, 노란 스탠드 온기에 기대 우두커니 창밖만 보고 있습니다. 더디게 흐르는 시간이 좋습니다.
Sat, 14 Jan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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