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글씨는 소리부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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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8
Thursday 18:47
얼마 전부터 연필을 깎아 쓰고 있습니다. 굴러 다니는 연필을 모아보니 쓰지 않는 것들까지 2 다스는 되고도 남습니다. 여행 다니며 호텔에서 받은 기념품도 있고 문구점에서 나뭇결이 예뻐 산 연필, 그림 그리던 독일산 비싼 연필, 아이들이 어려서 쓰다 남은 캐릭터 연필도 있습니다. 볼펜처럼 미끄럽게 써지는 것들이 지겨운 참이었는데, 오랜만에 사각거리며 써지는 연필 글씨는 소리부터 좋습니다. 기차모양 연필깎이도 아직은 잘 작동합니다. 2024.01.18 pm 06:47
"명랑하기는 성격만으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명랑하기는 윤리이기도 할 것이다. 늘 희망을 가지려고 애쓰는 다른 사람들을 사랑해야만 명랑할 수 있지 않을까." - 황현산 님의 책을 읽다 메모해 둔 글입니다. 상냥하고 명랑한 사람들이 늘 부러웠는데, 그건 성격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것은 윤리 이전에 태도이고 사랑이었나 봅니다. 2024.01.17 pm 12:59
'명선'이라는 어린 시절 동네친구가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논길을 돌아 산 밑에 뚝 떨어진 집에 살았는데 말수가 적고 표정도 거의 없어 어쩌다 웃을 때면 신기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늘 조용해 있는 듯 없는 듯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나이보다 성숙해 철없던 우리보다 한참은 누나 같은 친구였습니다. 고등학교 진학하며 읍내로 이사를 나왔지만 지금도 명절이면 동네를 찾으니 안부를 알고 싶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 시절엔 농사일 아니면 땅따먹기나 하고 놀던 지겹기만 했던 동네가 지금은 세상 가장 평온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국민학교 친구들도 지금 생각하니 모두 순박한 천사 같았습니다. 2024.01.16 pm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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