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1 pm 03:12
본문
06.01
Saturday 15:12
사람도 춥고 새도 춥고 개도 춥고 나무도 춥고 산도 춥고 구름도 추워.
추워서 집에서 이불을 덮고 있는데 갑자기 멀리 산 아래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걱정됐어.
혹시 연탄불이 꺼져 추우시면 어떡하나 하고.
그래서 길을 걷는데 말이야.
개를 만났어.
"개야 이 추운 날 집에 있지 어딜 가니?' 하니까 저 아래아래 집에 진돌이네 간다네.
자기도 혼자고 진돌이도 혼자인데
같이 털을 비비며 웅크리고 있으면 서로 따뜻할 것 같아서 그리 간다네.
좀 더 가는데 머리 위에서 푸드덕 나는 새를 만났어.
새야 추운데 어딜 가니?' 하니까 너무 추워 먹을 게 없는데 신기하게
산 너머 산속에 맛있는 열매가 달린 나무를 발견했대.
그걸 친구들에게 알려주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중이래.
또 좀 더 가는데
호박을 수레에 잔뜩 싣고 가는 김씨 아저씨를 만났어.
아저씨 추운데 호박 가지고 어딜 가세요?' 하니까
사람들이랑 따뜻하게 호박죽 쒀 먹으려고 가는 거래. 이따가 나도 오라네.
아 정말 추워.
사람도 춥고 새도 춥고 개도 춥고 나무도 춥고 산도 춥고 구름도 추워.
근데 서로서로 챙겨 주니까
좀 안 추워.
- 이윤엽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中 -
이렇게 착한 글을 읽으면 따뜻해 진다.
사람 답다는 거, 인간 답다는 건 결국 따뜻하다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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