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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9 pm 04:05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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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소담 조회 135회 작성일 2024-06-19 16:05:00 댓글 0

본문

06.19
Wednesday 16:05
가톨릭농민회 초대 회장이었던 조한수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김익호는 조한수의 무덤에 세울 묘비의 비문을 장일순에게 부탁했다.
약속한 날짜에 비문을 찾으러 봉산동 집에 찾아갔는데,
장일순이 써놓은 글씨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서툴러 보였기 때문이다. 김익호는 느낀 대로 솔직히 말했다.
"선생님. 글을 되게 못 쓰셨네요!" 장일순이 껄껄 웃었다.
"자네. 아직 멀었네. 이쁜 글씨가 잘 쓴 글씬 줄 아는가 본데 그렇지 않다네.
잘 쓴 글씨란 그저 정성껏 자신의 진실을 밝히면 되는 걸세.
"장일순은 원주 시내에 나오면 곧잘 가톨릭회관 지하에서 수족관을 운영하는 양승학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양승학이 내어놓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어느 날, 양승학이 장일순에게 물었다. 평소 궁금하게 여 기던 걸 어렵게 물어본 것이다.
"선생님, 어떤 글이 정말로 훌륭한 글입니까?" 장일순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길을 가다가 자네도 아마 봤을 거야.
왜 리어카나 포장마차에 '군고구마 팝니다 '붕어빵 팝니다' 하고 써 놓은 글이 있잖아?
그런 글이 정말로 살아 있고 생명력이 있는 글이야.
꼭 필요한 글이지.

- 한상봉 『장일순 평전』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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