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땐 글씨를 천천히 쓰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몸에 익은 습(習)이 금세 지루함을 못 이기고 속도를 내 이리저리 제멋대로 휘갈기며 쓰는 날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급히 써야 하는 메모나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글씨는 못 봐줄 정도로 못생겼습니다. 붓 끝에 집중해 그 획에서 눈을 떠나지 않아야 하는데, 자꾸 다음 획을 생각하니 글씨는 점점 빨라집니다. 생각해 보니 사는 모양도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에 집중해 살아야 하는데, 자꾸 알 수도 없는 내일을 힐끗거리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