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7 am 10:46
본문
06.17
Thursday 11:11
어린 시절엔 비 오는 날이면 눈 뜨자마자 동네 큰 살구나무 아래로 달려가곤 했는데,
먼저 도착한 사람이 비바람에 떨어진 살구를 주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우연히 외암마을 산책길에 논둑에 심긴 살구나무에서 떨어진 작은 살구를 몇 알 주워 오기도 했습니다.
남의 나무이니 달린 것을 따면 도둑질 같아 바닥에 떨어진 녀석들 중 성한 것들만 몇 알 주웠습니다.
마트에서 그 맛이 생각나 살구를 사는데, 한 번도 맛있던 적이 없습니다.
아무 맛이 없는 그냥 부드러운 맛뿐인 살구에 몇 번 실망하고 이제는 사 먹지 않습니다.
아마도 다 익어 저절로 떨어진 녀석들이 아닌, 맛이 들기도 전에 덜 익은 성한 것들을 미리 따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어제도 산책길에 후드득 쏟아져 있는 살구들을 보았는데, 밟히고 깨져 성한 것 없었지만 달큼한 향기가 주변에 가득했습니다.
보송보송 솜털같이 보드랍고 노랗고 붉은 살구가 익어가는 계절이 지나고 있습니다.
시골 엄마의 밭 한구석에 살구나무 한그루 심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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