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책장을 정리하다 30년 전 편지들이 들어 있는 박스를 찾았습니다. 이사를 4번이나 다니는 30년 동안 버리지 않고 쌓아둘 만큼 좋았던 기억들인 모양입니다. 이름은 기억나는데 얼굴은 떠오르지 않는 사람도 있고, 멀어진 사람들과의 다정했던 추억들도 있습니다. 제 아이들보다도 어렸던 맑고 순수했던 제가 거기 있었습니다. 그땐 참 편지를 많이 보내고 받았습니다. 몇 번씩이나 고쳐 쓰고 망설이다 보내고, 몇 번이나 곱씹으며 읽고 품에 안고 잠이 들기도 했었지요.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보낸 선물 같습니다. 오늘 남기는 기록들 역시 미래의 저에게 그런 선물로 남겠지요. 보고 싶은 얼굴들이 다시 떠올라 오늘 밤 잠은 다 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