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캠핑을 가면 그늘을 만드는 타프를 치는 동안이 가장 힘이 듭니다. 바닥에 타프를 펼쳐 놓고 적당한 위치에 팩을 박은 후 폴대를 세우는 단순한 과정이지만 날이 덥기도 하고 튼튼하게 지어야 하는 집처럼 생각해 가장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타프만 잘 세우고 나면 넓은 그늘 안에서 무엇이든 천천히 여유롭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 먼저 잘하고 나면 나머지는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문득 타프를 다 치고 시원한 맥주 한잔 삼키다가 뭔가 하기 싫을 땐 어떻게든 미루며 쉬운 것부터 하는 버릇이 있는데, 다음부터는 어려운 것부터 해보기로 했습니다. 날이 많이 덥습니다. 우물에서 끌어올린 찬 물에 시원하게 등목 하고, 냇물에 발가벗고 둥둥 떠다니던 어린 시절이 자주 그리운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