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막걸리는 애증의 술입니다. 먹어야 한 잔, 그나마도 먹고 나면 배가 부글부글 거리지만 냉장고에 한 병쯤은 채워두는 이상한 술이지요. 빵순 씨는 무슨 굴비냐고 합니다. 쳐다만 봐도 배가 부르냐며.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심부름에 주전자 꼭지로 조금씩 훔쳐 마셨던 기억부터, 캠퍼스 잔디밭에서 동아리 친구들과, 등산 후 산마루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냈던 순간마다 설익은 마음 달래주던 잘 익은 막걸리 한 사발이었습니다. 코로나 걱정 사라지면 가장 먼저 비 오는 날 동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에서 식구들과 막걸리 한잔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