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 들어가면 하수구와 욕실 배수구의 머리카락을 먼저 치웁니다. 아이들이 머리를 감고 남은 흔적인데 몇 번 말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자꾸 말하면 잔소리처럼 들릴 테니 말없이 치울 뿐입니다. 제 어린 시절에도 비슷한 꾸지람을 자주 들었지만 스스로 마음을 내기 전에는 고쳐지지 않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만질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일단 손을 대고 나면 깨끗이 치우지만 손을 대기까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지요. 더럽고 힘들수록 내가 먼저 해야지 하는 마음을 내는 것, 손은 깨끗이 씻으면 그만인데 먼저 그 마음을 내기가 어려운 거지요. 먼저 말없이 보여주고 그 마음을 이해해 주며 기다리면 때가 되어 조금씩 변해갈 것을 믿습니다. 돌이켜보면 오래 기다려주는 마음처럼 고마운 마음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