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높은 감나무 꼭대기에 까치밥만 몇 개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 집 뒤란에 있던 감나무는 4쪽으로 나뉘는 족두리 감이었는데 홍시가 되기 전에 떫은 감을 일찍 따 우려서 먹었습니다. 항아리에 감과 미지근한 소금물을 넣고 지푸라기로 덮은 후 따뜻한 아름목에서 이불을 덮어 하루 저녁을 재우면 달큼한 우린 감이 되는데, 가끔 덜 우려진 떫은감이 폭탄처럼 숨어 있었지만 과일이 흔치 않던 어린 시절 훌륭한 비타민 공급원이었습니다. 그때는 단감이 흔치 않았는데, 지금은 감귤, 사과에 이어 출하량도 많고 단감으로는 생산량이 세계에서 1위라고 하더군요. 예쁘게 반짝거리는 잎은 감잎차로도 마시고, 홍시, 단감, 우린 감, 곶감까지 그리고 수줍게 피는 감나무 꽃은 어찌나 예쁜지 모릅니다. 산책길 지날 때마다 아직 붙어 있는 까치밥 올려보며 웃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