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습니다. 뭔가에 한동안 몰두하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어린 시절엔 남들 시선에 주목을 받거나 수업시간에 일어서 교과서를 읽으라고만 시켜도 얼굴이 빨개져 별명이 홍당무였습니다. ( 그래서 일관되게 지금껏 이렇게 은둔형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손으로 조물조물 얼굴을 만져 열을 내립니다. 주름도 잡히고 이젠 눈썹도 희어져 서글플 때도 있지만 어둑어둑한 창으로 비친 모습을 보며 오늘도 잘 살았다 혼잣말하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