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고요함 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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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Saturday 10:51
방안 깊숙이 들어오는 해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키 큰 소나무 그림자가 하얀 벽에 흔들리면 마치 방안에 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 석양에 붉은 옷을 입은 실루엣도 방안으로 들어와 춤을 춥니다. 오래전 수덕사를 품은 덕숭산 중턱, 정혜사 마당에서 보았던 노을이 떠오릅니다. 바람소리 한점 없던 그날의 고요함, 적막한 고요함 만으로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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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아이들과 코인노래방에 갔었습니다. 저는 좀 쑥스러워 다른방에서, 빵순씨와 아이들을 한방에서 오랜만에 노래를 불렀습니다. 목청껏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금새 갈라지고 아는 노래도 부르고 싶은 노래도 별로 없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시간보다 부를만한 노래를 찾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습니다. 소리를 좀 마음껏 지르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 핑계삼아 가본 곳이었는데, 이젠 소리조차 마음껏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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