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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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1
Saturday 13:03
생각없이 무언가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는 무모한 금요일 새벽. 인풋, 아웃풋, 스택, 큐... 들여보낸 것 없이 무얼 뽑아 내려는 건지 목적도 방향도 없는 무의미한 글쓰기. 그래도 무언가를 배설하듯 토해내듯 속에서 밀어내고 싶은 욕구는 피곤을 거스르고 몸을 앉힙니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다시 잠 못들까 두려워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이 시간을 댓가로 내일을 통째로 지불할 배포는 ... 어리석습니다.
열심히 게으름 피우지 않고 살았는데 손에 움켜쥔 것이라곤 먼지 같은 허상들 같고 두려움을 들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버텨주던 오기는 퍼렇게 질려 퀭하게 아픕니다. 그냥 걷습니다. 넘어져 쉴 수 없으니까 끌고 가야할 것들이 많아 멈출 수 없어서, 걸어야만 해서, 그냥 걷습니다. 다만 버텨주기를 바라고 바라며 걷습니다. 새벽에 저절로 떠지는 눈에는 불안이 삽니다. 다시 잠들 수 없다면 불안을 절망이 삼켜버린 까닭일겁이다. 커피는 그냥 버려야 겠습니다. 조급해 하지 말기로 합니다. 여유는 스스로 만드는 거니까. - 2017년 일기 중 -
모든일이 엉망이던 시절이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듯 여기저기 부대끼며 생채기를 내면서도 아프다 소리 지르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일기장에 조용히 토하고 쏟아내며 다행스럽게도 쓰러지지 않고 조금씩 밀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읽는 것이 아플때도 있습니다. 아직 다 아물지 않은 것들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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