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 그립습니다 낮 동안엔 밀린 책을 마저 읽고, 점심으로 먹은 수제비 소화도 시킬 겸 동네 뒷산으로 난 산책길을 걸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산책로를 정비해 벤치도 놓고 운동기구도 제법 갖추어 놓았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바닥에 삼태기 같은 짚으로 만든 걸 깔아 놓았는데, 걸을 때 쿠션도 있고 비가 와도 길이 미끄럽지 않습니다. 산책길에 가보지 않은 길을 만나면 어디까지 뻗은 길인지 그 길을 걸었습니다. 옆 동네와 그…
천천히 하는 습을 길러 보아야 겠습니다 점심을 먹다 입안에 뭔가 생긴 것 같다 아내와 아이에게 보여줬더니 화들짝 놀라며 얼른 병원에 가자 합니다. 깜짝 놀라 거울로 들여다보니 검은색 돌기가 크게 생겨 있었습니다. 아프지도 않았고 밤 사이에 생긴 것이라 혀로 만져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크기나 색이 염려스러웠습니다. 얼른 병원에 다녀오려 양치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그 사이 검색을 해 비슷한 증상의 입안을 잘 못 씹어 생긴 사진을…
겨울도 그리 두렵지 않습니다 오후 5시 51분, 저녁 해는 벌써 넘어가고 날은 어둡고 춥습니다. 12월 첫날, 내일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갈 거라고 합니다. 요즘은 몸 아픈데 없고 큰 걱정이 없으니 찬 겨울도 그리 두렵지 않습니다. 기력이 약해지셔서 걱정이던 어머니도 조금씩 기력을 찾아 가시고, 이유를 알 수 없이 아팠던 제 몸도 일상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던 어머니 말씀을 새…
시절 인연 오늘은 다산과 제자 황상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무슨 말만 하면 그대로 따랐다. 평생을 지켰다. 바꾸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리 스승인들 지나가는 한마디라도 허투루 할 수 있었겠는가 -제게는 지금껏 큰 아이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생각도 작은 행동도 아이 앞에서는 함부로 할 수 없어 이상한 말 같을지 모르지만 외려 아이가 제게는 스승이었습니다. 이제 큰아이는 둥지를 떠나 세상으로 향하고, 아직은 어린 작…
오늘 심지 않으면 창조적(?), 놀고먹고 쉬는 것(?), 필요한 만큼의 돈과 시간(?), 욕심, 만족, 여유, 행복감, 우월감, 자만, 교만, 내 바닥을 들여다봅니다. 일하지 않고 힘들지 않고 괴롭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도둑질에 가깝습니다. 내가 더 힘들고 배려하고 가난해져야 누군가가 딱 그만큼 더 누릴 수 있습니다. 그건 어쩌면 에너지 보존의 법칙 같은 것일 겁니다. 오늘 심지 않으면 아무 열매도 없습니다.+++4+…
문득, 고마웠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시원하게 매미 우는소리를 들었습니다. 문득, 고마웠습니다. 다시 찾아와 줘서, 너라도 변함없어서... 어떤 날카로운 것들이 지나간 후엔 아무것도 아닌 일에 고맙고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나이 들면 그렇다던데, 나는 아직 젊은데 마음이 늙었나 봅니다.요즘 기형도의 시들을 읽으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이 사람은 천재였구나. 분명! 아침에 읽은 한 페이지 긴 시(詩) 하나에 온종일 매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