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과 긍정적인 밥
본문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 찬밥을 먹던 사람 /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 깊은 밤에도 /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 나 오늘 / 세상의 찬밥이 되어


04.29
Wednesday 15:25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 국밥이 한 그릇인데 /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 사람들 가슴을 따스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 시집 한 권이 팔리면 /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 박리다 싶다가도 /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문정희 시인의 <찬밥>이라는 시와,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 이라는 시 입니다. 푸념같이 들리기도 하고 혼잣말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외롭고 가난한채로 오히려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그래서 그들을 시인이라 부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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