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결국 제자리고 돌아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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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
Sunday 11:39
오늘은 오후 내내 글씨를 썼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글씨들로 종이들이 수북하지만 마음에 드는 글씨를 만나면 힘들지 않습니다. 이제는 낡고 닳아 붓 끝이 모이지 않는 붓도 버렸습니다. 윤기를 읽고 푸석해진 붓은 금방 자고 일어난 더벅머리 아저씨 같습니다. 보내며 그동안 고마웠다 말해 주었습니다. 글씨는 돌고 돌아 다시 처음의 글씨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하고 기교 없는 순수한 아이 같은 모습으로 오래 기다렸다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나 봅니다.
Mon, 4 Apr 2022
뭉뚝한 붓으로는 뭉뚝한 글씨가 날렵한 붓으로는 날렵한 글씨가 쓰입니다. 뭉뚝한 붓으로 날렵하게 쓰기 어렵고, 날렵한 붓으로 뭉뚝하게 쓰기 어렵지요. 제 성질을 잘 이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무엇이든 억지로 하려 들지 말고 순하게 그 성질을 찾아 드러내는 것이 좋습니다. 명이 다한 붓 몇 자루 버리며 드는 생각은 비싸다고 좋은 붓도 싸다고 나쁜 붓도 아니더군요. 쓰임에 맞게 잘 다룰 수 있으면 좋은 붓입니다. 사람도 성품도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Tue, 5 Apr 2022
'우리말 어원사전'을 읽고 있습니다. 우리말인 줄 모르고 쓰던 말도 있었고, 우리말인 줄 알았는데 한자 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겨레'는 친척의 의미에서 민족으로 확장된 말이고, '언니'는 1970년대까지도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에게도 쓰였다고 하네요. 우리말 속에 녹아있는 우리의 얼과 역사, 문화, 사유 같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읽은 후 글씨로 정리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Wed, 6 Ap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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