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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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Sunday 20:24
어머니 집에 다녀왔습니다. 내색은 안 하지만 여기저기 많이 아프셨던 모양입니다. 아들에게는 말 못 하고 살가운 며느리에게 여기저기가 아팠다며 소곤소곤하십니다. 장모님께는 살가운데 정작 왜 엄마에게는 그게 그렇게도 어려운 걸까요. 시골집 가는 길에 큰 도로가 뚫리는 모양입니다. 뭐 변할 게 있을까 싶던 시골인데 한 십 년 뒤 어떤 모습일지 걱정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고구마, 배추, 무, 대추, 총각김치, 밤, 파, 쪽파,... 다람쥐처럼 자식들 주려고 많이도 챙겨 놓으셨습니다. 저녁 먹고 돌아와 짐 정리하고 나니 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Sun, 23 Oct 2022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 돈독한 우정을 쌓기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물론 학교나 직장처럼 어쩔 수 없이 다양 한 사람과 매일 얼굴을 맞대어만 하는 상황이 줄어들었기 때문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에게는 그간 기나긴 우정의 역사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 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어떤 우정이 우리를 질식하게 만드는 지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 안다는 것은 나를 가두는 높은 담장이 된다. - 한수희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中- 한수희 님 책만 4권째 연속으로 읽는 중, 중독성 있는 작가였다. 특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중에서 '맥시 팬티의 신세계'를 읽다가는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거구나. 내게는 솔직의 신세계였다.
Sat, 22 Oct 2022
사진을 좋아하는 건 순간을 잡아둘 수 있어서입니다. 내가 보고 느끼는 순간을 기록하고, 다른 이에게 보여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사진기를 들고 천천히 산책하 듯 걷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고를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이 부피와 무게, 휴대성입니다. 작고 가벼워야 어디든 가지고 다니기 편하니까요. 그리고 왠지 뷰파인더가 달려 있어야 카메라 같습니다. 넓은 패널도 좋지만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작은 뷰파인더 창으로 사물을 볼 때가 좋습니다. 가장 좋은 사진은 두 눈으로 보고 마음에 새는 거라지요. 언제나 한 번뿐이라는 것, 모든 시간은 일기일회 (一期一會)라는 걸 기억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밤낚시하듯 장노출 걸어 놓고 의자에 기대앉아 별 사진 찍으러 가고 싶은 계절입니다.
Fri, 21 Oc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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