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분들 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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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Friday 19:50
하나님이 밀가루 포대를 옮기시다 터뜨리신 모양입니다. 며칠째 내리는 눈은 싸라기눈이었다가 진눈깨비였다 지금은 함박눈이 되어 내립니다. 도로에 차들은 유빙(流氷)처럼 천천히 흘러 다니고 아침마다 수다스럽던 새들도 털을 세우고 어딘가 숨어 옹기종기 모여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부친 편지는 잘 들어간 모양입니다. 궂은날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습니다. 제설하시는 분들, 대중교통 운전하시는 분들, 청소하시는 분들, 국군장병, 우체부 아저씨, 택배 하시는 분들, 평소엔 잘 보이지 않지만 늘 그 자리에 있어 주셔서 틈을 메워주시는 고마운 분들 덕에 우리의 일상이 돌아가는 거겠지요.
Fri, 23 Dec 2022
슈퍼나 마트에 가면 빵 코너에 중소기업에서 만드는 오래된 빵이나 과자들이 있습니다. ○○제과, ○○상회 같은 상호에 포장도 세련되지 못하고 얼핏 불량식품 같아 보이지만 제가 어린 시절 자주 보고 먹어 본 것들입니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닌데 누가 사갈까? 싶었는데 언제부턴가 제가 그런 것들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슈퍼에서 비닐 포장에 제습제가 빵에 박히듯이 붙어 있는 경주빵을 5,900원에 사서 들고 왔는데 기분 탓인지 경주에서 먹어 본 경주빵보다 더 꾸덕하고 맛있었습니다. 같은 음식도 춥고 배고플 때 더 맛있듯이 무언가 그립고 추억하고 싶을 때 먹어서 더 맛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Thu, 22 Dec 2022
날이 차고 폭설이 계속되는 날씨에 한겨울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저녁 산책길에도 미끄러지지 않으려 무겁기는 하지만 중등산화를 꺼내 신었습니다. 눈이 한낮 온기에 녹다가 저녁 찬 바람에 다시 얼어 걸음마다 서걱서걱 소리가 혼자 걷는 길에 적막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늦은 산책길에 가로등들이 따뜻하고 오붓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작은 아이 좋아하는 빵빠레만 10개를 사 왔습니다. 작은 아이가 입이 심심해 냉장고를 열었을 때 웃을 웃음이 그려집니다.
Wed, 21 Dec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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