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만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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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Tuesday 19:19
국민학교 시절, 제 짝꿍은 가끔 어린 동생을 업고 등교했습니다. 동생은 누런 콧물이 소매와 얼굴에 반질거렸고 어디가 아픈지 잘 움직이지도 웃지도 않았지요. 집에 동생을 돌 볼 사람이 없어 데리고 왔다고 교실 바닥만 보고 말하던 짝꿍, 낯선 교실에서 누나의 등에만 붙어 종일 잠만 자던 아이. 몇 달 뒤 동생이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그땐 죽음이 뭔지 몰랐습니다. 짝꿍이 살던 동네 뒷산 어딘가에 봉분도 없이 묻었다는 소문과 짝꿍이 일주일쯤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Tue, 10 Jan 2023
볼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습니다. 뭔가에 한동안 몰두하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어린 시절엔 남들 시선에 주목을 받거나 수업시간에 일어서 교과서를 읽으라고만 시켜도 얼굴이 빨개져 별명이 홍당무였습니다. ( 그래서 일관되게 지금껏 이렇게 은둔형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손으로 조물조물 얼굴을 만져 열을 내립니다. 주름도 잡히고 이젠 눈썹도 희어져 서글플 때도 있지만 어둑어둑한 창으로 비친 모습을 보며 오늘도 잘 살았다 혼잣말하는 저녁입니다.
Mon, 9 Jan 2023
김광석 27주기 추모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빵순씨와 작은 아이도 시간이 맞아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김광석 님이 살아 계셨으면 올해로 60세 라지요. 노래마다 지난 내 젊은 날들도 함께 겹겹이 쌓이며 27년이라는 세월이 제법 무겁기도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작은 소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보니 코로나가 이제 일상에서 조금은 물러나 있음도 느껴집니다. 카운터와 무대에 사람이 많아 규택이 친구와 재웅 씨에게 좋은 공연 고맙다고 인사도 못하고 나왔습니다. 부족한 친구의 숫기 없음을 이해해 주세요.
Sun, 8 Jan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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