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를 내일은 오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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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
Friday 08:52
15년쯤 전 겨울 제주 서귀포 보목마을 어느 펜션에서 창틀에 올려놓은 커피잔이 푹 파묻힐 정도로 눈이 수북하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들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서귀포에서 한 달 정도 겨울방학을 보내곤 했습니다. 제주 한 달 살기가 유행하기 한참 전이었지만 그때에도 이미 한 달 살기, 한 계절살기를 하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하다는 서귀포의 겨울이었지만 항상 눈이 많았습니다. 창틀까지 수북하게 쌓여 문을 열면 방안으로 눈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코 끝이 시큰하도록 차갑지만 정신이 번쩍 들도록 상쾌한 제주의 겨울 아침을 들이려 아침마다 문을 열었었지요. 날이 점점 습하고 더울 때마다 그 시절의 바람을 종종 떠올립니다. 한 겨울엔 어린 시절 그늘진 개울에서 온몸에 힘을 빼고 둥둥 떠다니던 풍경, 한 여름엔 눈밭에 부서지듯 쏟아지던 햇볕이 차가웠던 제주를 떠올립니다. 그땐 그 시절을 그렇게 그리워할 줄 몰랐었지요. 오늘은 어제를 내일은 오늘을 그렇게 추억하며 사나 봅니다. 2023.06.09 am 08:52
늦은 밤 책 읽으며 마신 와인 한잔에 열이 올라 창을 여니 비가 내립니다. 한낮에 그리 덥고 수상한 바람 불더니 비가 오려했나 봅니다. 한동안 생각이 고이지 않아 일기를 쓰지 못했습니다. 요사이 읽고 싶은 책들이 늘어 책을 쌓아두고 숙제하듯 읽다 보니 오히려 내 생각이 없어지는 듯 해 이젠 책을 좀 줄여 볼까 합니다. 꼭꼭 씹지 못하고 삼킨 음식은 탈이 나기 쉽지요. 책도 그런가 봅니다. 2023.06.08 pm 11:55
청소기를 바꾸고 나니 청소가 어렵지 않습니다. 번거롭게 여기던 과정들이 생략되니 틈틈이 오히려 즐기는 편입니다. 문득, 어떤 일이든 순서를 바꿔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청소기를 바꿔 귀찮던 청소가 즐거워졌다면 일상의 힘든 일들도 어떤 도구나 기회로 즐거워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어떤 성과를 내면 도구나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 도구나 기회를 먼저 주고 성과를 만들어 내면 어떨까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일 수 있습니다. "네가 나에게 잘해주면 나도 잘해 줄게"가 아닌 내가 먼저 잘해주면 그 사람도 나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는 거지요. 어떤 일이나 사람에 가로막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입장이나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2023.06.01 am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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